[45만원] Silent Retreat (묵언 수행) @ Liljero Retreat.

지난 몇 년 간 요가와 명상에 깊이 빠져 있었던 나. 그때 내가 '다음 단계'라고 생각한 것들 중 하나는 당연히 요가 티처 트레이닝이었고 (두 번이나 가려고 했지만 결국 안/못 갔다.) 또 다른 하나는 사일런트 리트릿, 그야말로 묵언 수행이었다. 구글에 silent retreat을 검색하면 다양한 장소와 기간별로 리트릿 옵션이 있다. 위빠사나 수련을 알아봤지만 프로그램이 엄격해서 초심자에게는 힘들 것 같았다. 
 
에스토니안 회사 동료는 지난 회사에서 번아웃이 와서 태국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제대로 스파르타 식으로 묵언 수행을 했고, 그 이후 그의 삶이 달라졌다고 간증하듯 말해줬다. 그 외에는 내 주변에 사일런트 리트릿을 다녀온 사람이 전무했다.
 
도저히 한 달은 무리인 것 같았고, 일주일도 무리인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내가 아는 요가 스튜디오에서 2박 3일, 금요일 퇴근 후에 가서 일요일 점심을 먹고 퇴소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막상 신청서를 작성하고 마지막 결제 단계에서 어찌나 고민이 되던지! 다행히도 내가 신청한 뒤, 친한 친구 Y도 신청해서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좀 놓였다. 
 
그 기간 동안 머물면서 찍은 사진을 찾아봤는데, 하나도 없다. 정말 진지하게 묵언 수행에만 집중해서 그렇다. 입소한 순간부터 스마트폰은 방에 놔두고, 아예 전원을 꺼버렸기 때문에. 
 
몇 가지 후기를 나눠보자면:

• 어딘지도 모르는 정말 외딴곳에 있는 교회를 리모델링한 리트릿 센터였는데 일단 기운이 굉장히 좋았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곳.
• 음식은 주최측에서 만들었는데 모든 음식이 채식이고, 알레르기나 기호에 따라서 다양한 옵션들이 제공됐다. 음식 맛이 끝내줬다! 끝나고 레시피 pdf도 따로 보내줬음.
• 옵셔널 요가 클래스가 거의 매 시간마다 있어서 요가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요가를 할 수 있었고, 스타일이 다양했다. 클래스를 듣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었다.
• 당연히 언제 어디서든 명상을 할 수 있었고, 생각을 기록하라고 모두에게 첫날 입소할 때 노트와 펜을 나눠줬다. 정말 많은 생각들을 공책에 기록했고, 당시 아트테라피를 받고 있을 때라 그림도 쓱쓱 그렸었다. 
•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조용한 아침을 즐겼고, 때때로 혼자 밖에 나가서 그냥 소리 내서 꺼억꺼억 울었다. 내 안에 꾹꾹 눌러왔던 트라우마와 부정적인 감정들을 오픈해서 보내줬다. 
• 이 사일런트 리트릿 이후, 식사를 할 때 더더욱 mindful eating을 practice하게 됐고, 침묵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됐다. 외적으로 큰 변화는 아니지만 내적으로 많은 것을 움직이게 했던 리트릿이었다.

 

Summary

- 다시 할 의향이 있습니까? Yes!
-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겠습니까? Yes!
-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습니까? 9/10. 1점을 뺀 것은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교통편이 불편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