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그리고 까마득한 과거의 얘기

언제나 글을 썼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부모와 제대로 된 정서적 교감을 맺을 수가 없었고

 

더해서 이곳저곳 여러나라에서 옮겨 다니는 삶을 살았기에

 

사람이라는 형체가 있는 대상과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스스로의 세계 속에서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더 실질적이었고, 쉬웠고, 즐거웠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구글 블로거 (Blogger) 비공개 블로그가 있었다.

 

지금은 싹 지워버렸지만.

 

블로그에 기록된 과거의 나를 지우는 것은.. 마치 과거의 나를 정리하고 다음의 나를 환영하는 그런 의식과도 같다.

 

어쨌든 그 블로그 속에는 나 스스로에게 했던 입에 담을 수 없는 나쁜 말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부모로부터 시작되어 미디어를 통해서 증폭된 나를 공격하는 말들. 

 

너무나 아프게 나 자신을 베던 칼날로 이용되었던 언어들.

 

그 언어들은 밖으로 표현된 것으로, 일부였고 사실 내 속에는 계속해서 전쟁이었다.

 

나 스스로와의 전쟁.

 

게으른 나, 못생긴 나, 뚱뚱한 나, 감정 조절을 못하는 나..

 

나는 언제나 바뀌어야 할 대상이었고 비난의 대상이었으며 완벽하지 않아서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였기에

 

언어로 학대해서라도 바뀌어야만 했다.

 

그게 20대 초반이었다. 호주에서 대학생활 할 때.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더없이 싱그러웠고 아름다웠고 반짝였다.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영화 같은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는데 그걸 몰랐다.

 

물론.. 그 모든 strong contrasts, strong unwanted moments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지금은 나를 공격하는 말, 비난하는 말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생각조차도 거의 하지 않는다.

 

잠시 비난하는 생각,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곧 바꿀 수 있게 됐다.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사랑한다, 잘 하고 있다고 수없이 되뇌이며 스스로에게 주는 사랑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정말로 모든 것이 까마득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