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이 풍요로운 날

남편과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멋지고 놀라운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럴 때면 영국 에섹스에서 나고 자란 남편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작은 마을에 살던, 학업에는 딱히 관심도 없었던) "15살의 나는 꿈에도 서른 넷의 내가 이런 굉장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거야."

 

남편과 내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누리는 삶에는 부족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몇 분 전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내 눈길을 잡은 것은 풍요로움의 증거들이었다. 미리 떨어지기 전에 사놓은 세제, 바디로션, 치약 그리고 기분에 따라서 골라서 뿌릴 수 있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만 선택한 몇 가지의 향수들. 지금 내가 manifest, 끌어당긴 회사의 환경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친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여유 넘친다. 여유롭게 러시아워를 피해서 출퇴근을 하며 무한한 자유로움과 시간의 풍요로움을 만끽했던 오늘이 그 증거다.

 

15살의 나는 세뇌를 당했었다. 돈이 많았음에도 없다고 불평하고 부족함 속에서 허덕이며 살았던 엄마로부터. 언제나 나는 부족함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살았었다. Shortage consciousness. 내 기준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 것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닌 사고의 수준이 성숙하다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나는 스스로를 어른이 되었다고 최근에서야 말할 수 있겠다. 인생이 단편적이지 않고, multi-dimensional 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엄마와 아빠의 처지를 적어도 이해할 수는 있게 되었으니까. 그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은 전혀 공감하지 않지만.

 

어쨌든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텔레파시로 해주고 싶은 말은.. 주어진 환경에서 힘들었지만 참 잘 견디고 있는 어린 나 (younger self)인 너. 죽고 싶은 순간들이 있겠지만 조금만 더 버텨줘. 정말 멋진 기적들이 널 기다리고 있는 우주가 존재하니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