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이대로의 나도 난 참 좋다.

내 어린 시절은 언제나 불확실함의 연속이었다.
 
주변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도록 기댈 수 있는 어른이 없었다. 초등학생인 나를 잠시 맡아 키워주신 고모할머니만 제외하고. 
 
십대 후반 시절을 함께 보낸 부모에게는 타인은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자 비교의 대상이었다. 부모는 타인의 잘못을 큰 소리로 비난했고 타인과 자신들의 처지를 비교했으며 불행해 했다. 엄마는 시시때때로 기분이 바뀌어서 감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고, 정서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아빠는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소리치며 고집하는 전형적인 ‘꼰대’여서 나는 언젠가부터 그들과 말하는 걸 포기해버렸다.
 
그러다보니 어린 아이 시절의 나는 어른의 존재로 나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했다. 음식 외에는 나를 comforting, 달래줄 수 있는 수단이 없었고 집에서 나와 있는 순간들과 부모가 집에 없고 혼자 있는 순간이 좋았다.
 
지금의 나는 다른 '상태'의 사람이 됐다.
 
과거의 불행했고 괴롭고 아팠던 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위해서 개명을 했고, 스웨덴인으로 국적을 변경했으며.. 내 부모가 주지 못한 것을 주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부모와 정신적, 물리적으로 완전히 떨어져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의 나는 어렸을 때 내가 누리지 못했던 아이로서의 순간들을 누리며 살고 있다. 남편을 통해서 무한한 신뢰, 진짜 unconditional love가 무엇인지를 처음 체험해 보았다.
 
마음껏 어리광을 부려도 되고,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해도 되고, 매일밤 토끼 인형과 고양이 인형들과 함께 잠이 든다. 내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마 보여줄 수 없을 내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어도 남편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남편의 사랑 뿐 아니라 나는 스스로에게도 내 부모가 주지 못한 것들을 담뿍 주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지금은 사라진 내 과거의 이름을 부르며 그때의 나에게 사랑한다고 마음으로 이야기 한다. 잘 하고 있어, 괜찮아, 사랑해. 매일 내가 과거의 어린 내게 해주는 말이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인간으로는 이 세상 누구도 완벽할 수 없으니까.
 
당연히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것들이 존재한다. 스웨덴어도 더 잘 하고 싶고, 내 몸값을 더 높이기 위해서 커리어도 더 발전시키고 싶고, 크로스핏과 요가, 런닝도 더 잘하고 싶고, 체지방도 더 줄이고 싶다. 더 많이 책을 읽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다. 가끔씩 성질이 나서 팍 화를 내기도 하고 좌절감에 펑펑 눈물을 쏟기도 한다. 남편에게 짜증을 내며 모진 말을 하고 사과를 하는 어리석은 순간도 마주한다. 몇 시간이고 인터넷 쇼핑거리를 찾으며 뒤적이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면서 눈이 침침하다, 몸이 뻐근하다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난 그냥 이런 내가 참 좋다. 사랑스럽고 그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