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싫어진 이유

여행에서 얻는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 크기 때문에 언젠가부터 난 모든 종류의 여행이 (예전에 비해서) 싫어졌다.

 

여행을 간다고 상상을 하면.. 바로 떠오르는 실질적인 괴로움의 순간들.

 

예민한 나에게는 그런 순간들이 정말 큰 스트레스다.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앉아 있기. 아무리 몸을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해도 급노화하는 느낌.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

 

공항에서 서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과정. 다리가 아픈데 마땅히 앉아 있을 공간이 없을 때도 있고, 불편하기만 하다. 

 

비행기 시간이 바뀌는 경험도 여러 번 했고, 스웨덴 국내 여행에서는 기차 시간이 바뀌는 경험도 많이 해봤다. 즐겁지 않지.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에 가는 건 정말 싫다. 어디든 나는 붐비는 곳은 질색이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싫다.

 

라운지 이용 및 fast track은 당연하고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도 끊어봤지만 여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완전히 줄여주지는 못하더라.

 

여행하는 동안 루틴이 망가지는 것 또한 괴롭다. 침대는 우리집 침대만큼 편하지 않고, 호텔 방은 좁고, 청결이 의심된다. 

 

공항 음식은 비싸고 맛이 없고, 기내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여행지에서 건강한 식당을 찾아 다니는 것도 힘들고.. 더군다나 여행지에서까지 요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귀찮다. 비행기 티켓을 사고.. 숙소 예약을 하고 어디를 갈까 알아보는 이 과정 자체가.. 이젠 귀찮다. 

 

새로운 곳에서 느낄 기대감, 신선함이.. 예전보다 아주아주 낮아졌고 그에 비해서 느껴지는 이런 불편함의 총합은 더 커졌다.

 

큰 돈과 시간, 에너지를 들여서 여행을 가려면 그만큼의 확실한 가치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여행의 매력이 훅 떨어진 것이다. 

 

그럴바에는 아예 확실한 행복, 집에서 건강한 음식 먹으며 루틴을 지키며 운동하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고전 소설을 읽는 그런 순간이.. 몇 배는 더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장황하게 글을 써놨으니.. 반대로 내가 여행에서 원하는 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1. 모든 투두 리스트에서 벗어나기. 매일 숨막히게 (사실은 내가 좋아서 하는 거지만..) 투두 리스트에 집착하며 사는 계획형 인간인 나기에 휴가에서만큼은 투두 리스트를 안 적고, 안 보고 살고 싶다.

 

2. 모든 빨래, 요리 및 집안일에서 벗어나기. 

 

3. 너무 exotic하지 않고 (음식과 문화가..) 시끄럽거나 붐비지 않고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만족시켜준다는 편리함 때문에 유럽 내 all inclusive만 찾게 된다. 당분간은 스포츠 호텔에서 트레이닝을 하는 휴가를 보낼 것 같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성향에 맞게 나만의 휴가를 즐기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