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어 공부 이야기 + 공부 방법

올해 1월, 그러니까 딱 두 달 전만 해도 나는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유창한 스웨덴어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물론 여기서 유창하다는 의미는 원어민 수준의 유창함은 아님. 처음 1-2주 스웨덴어 풀타임 수업 시작했을 때, 스웨덴어 실력이 빨리 안 는다고 남편한테 하소연하면서 질질 짰다. 영어랑 비슷한데 달라서 영어로 생각해서 번역하면 틀리고, 그래서 스웨덴어로 꾹꾹 생각하다 보면 영어랑 같은 단어를 써서 허탈해지는 경험을 수없이 반복했다.

 

역시 바람의 시대라 그런가. 미친 듯이 애쓰며 한 노력은 괴롭기만 했고 성과가 미미했다. 즐거운 행동들이 스웨덴어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우선, 남편이랑 집에서 쓰는 언어를 영어에서 스웨덴어로 바꾸니 자연스레 스웨덴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다정한 남편은 참을성을 가지고 99.9퍼센트의 상황에서 내게 스웨덴어로 말을 해줬다. 내가 피곤하고 게을러서 영어로 말을 할 때도 남편의 대답은 철저히 스웨덴어. 내가 스웨덴어를 잘하게 된 것은 내 노력이 70퍼센트, 남편의 기여도가 20퍼센트라고 생각한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주변에 스웨덴어로 이야기할 상대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스웨덴어로 말하는 능력에 아주 큰 영향을 주더라.

 

나머지 10퍼센트는 학교 (Sundbyberg Vuxenutbildnings Centrum)에서 배우는 것이다. 딱 하루, 마음이 아파서 수업을 빠진 것을 제외하면 단 하루도 수업을 빠진 적이 없다. 매일 그날 수업 내용 복습하고, 새로운 단어와 표현은 구글 시트에 적고 단어 뜻을 찾았고 그렇게 매일 단어를 외우고 이미 외운 단어들도 복습했다. 이 과정 자체는 딱히 재미가 있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해서 학교 수업시간에 스웨덴어로 작문을 할 때, 표현들이 막 머릿속에서 술술 나올 때, 그때가 짜릿했다. 

 

덧붙이자면 학교 수업에서 가장 큰 좌절 포인트는 바로 소설 읽기였는데 그게 정말 제일 큰 도움이 됐다. 살면서 평생 읽은 소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읽은 소설책을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소설을 안 읽는다. 근데 학교 과제로 소설책을 읽고 토론을 하라고 한다. 그것도 내가 관심이 별로 없는 deckare (detective novel)을, 스웨덴어로. 감사하게도 Bookbeat 앱으로 원어민 발음을 들으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나가다 보니.. 2개월 만에 완독!

 

동시에 그 책 말고 진짜 일상에서 쓰이는 대화체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하이틴 소설책을 듣고, 읽기 시작했고 표현을 적어가면서 외웠다. 일상생활 표현이 좀 익숙해지고 나니까 소설은 도저히 못 읽겠어서 때려치우고 내 전문 장르인 논픽션으로 넘어와서 행복과 희열을 만끽하는 요즘이다. 학교에서 소설 읽기를 강제로 시작하게 만들어준 덕분에 내 책 읽기 세계가 더 넓어졌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Tillsammans Effekt와 Din Ekonomi. 둘 다 정말 인생에 유용하고 중요하고 또 좋은 내용이라 천천히 음미하는 중.

 

학교 수업에서 또 정말 좋았던 것은 내 엉망진창 문법의 틀을 꽉 잡아준 것. 회사 다니면서 퇴근하고 2시간씩 공부할 때는 정말 도저히 머릿속에 안 들어오던 문법 개념들이 풀타임으로 3개월 공부를 하고 나니까 샤라락 정리가 됐다. 물론 내가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문법을 관찰했고 배우려고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이해 안 되던 개념들이 이렇게 빨리 정리가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문법 문제 푸는데 동사 변화가 예측이 되니까 이게 재미가 있다. 영어 공부할 때도 못 느꼈던 문법 공부 재미를 30대 초반에 스웨덴어 공부하며 느낄 줄이야. 인생은 역시 모르는 것이다. 재밌다, 재밌어.

 

어느 순간 잡 인터뷰를 스웨덴어로 하기 시작했고, 일상생활 속 80퍼센트가 스웨덴어가 됐다. 다음 주에는 스웨덴어 시험이 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잠시 스웨덴어 풀타임 공부는 휴식기를 가질 것인데 그럼에도 스웨덴어로 읽고 듣고 말하는 것은 재미가 있어서 계속할 거다. 

 

내가 딱 의도했던 대로 나는 이렇게 스웨덴어, 영어, 한국어를 넘나들며 생활하는 3개 국어자가 됐다. 행복해. 이게 고작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라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