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 초보인 내가 실제로 관람한 두 번째 오페라.

 

생각한다. 과연 나는 오페라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오페라를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또래 친구들이 K팝 2, 3세대 음악을 들을 때, 나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학생 시절을 보냈다. 막연히 그들과 다르고 싶기도 했고, 클래식 음악 그 자체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했기 때문에. 작곡가를 가리지 않고 제목이 무엇인지도 외울 생각도 없이 그저 막 들었다. 그때는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오페라 아리아도 참 많이 들었었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나는 한국, 서울이 아닌 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언제나 문화적으로 소외감을 느꼈다. 문화 생활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져만 갔고 동시에 내 부모와는 다른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히 운전을 하며 타인에게 쌍욕을 하는 괴팍하고 교양 없는 아버지와는 거리를 두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부끄러웠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고 싶었다. 언제나 대중적이지 않은 것에 흥미를 느꼈고, 남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을 배우고 하고 가지는 것에서 큰 만족감을 얻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페라에 관심이 갔고 1-2년 전부터 오페라에 대한 상식을 책과 유튜브를 통해 쌓기 시작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알면 알수록 의미가 넘치는 작품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불씨를 지핀 작품을 원작으로 모차르트가 작곡한, 피가로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 프랑스 귀족을 꼬집고 있지만 배경은 스페인에.. 이탈리아어로 공연되고 나는 그걸 스웨덴어 자막을 읽으면서 봤다. 

 

스톡홀름에서 클래식 음악을 관람하는 대표적인 공간은 두 곳, Konserthuset과 Kungliga Operan. Kungliga Operan은 갈때마다 즐겁다. 문화 생활을 즐기는 교양 있는 귀족이 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달까. Konserthuset은 접근성이 쉽고 공연의 가격대도 훨씬 저렴하다. 어쨌든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간 곳은 Kungliga Operan. 

 

지난 번 <나비부인>을 관람할 때도 경험했지만 무대 장치가 굉장히 'Scandinavian'하다. 오페라를 관람하기 전 유튜브로 (주로 한국에서 공연된) 같은 작품을 미리 관람하고 의상과 무대를 눈여겨 보는데, Kungliga Operan의 무대는 미니멀리스틱하면서도 다크하달까. 원작에 충실하기보다는 북유럽 관점으로 무대를 recreate한다. 

 

가장 내 마음을 울렸던 것은 Contessa의 솔로 아리아. 백작이 처음 등장할 때 입고 온 핑크색 샤워 가운에 웃음이 났고, 스웨덴어로 된 자막을 다 이해할 수 없어서 답답함도 느꼈다. 작품 자체가 굉장히 대화가 많아서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것을 잘 정돈하지는 못했다. 산만함이 느껴진 공연이었달까. 물론 오페라 부파인만큼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피가로 3부작 중 첫 작품인 <세비야의 이발사>를 언젠가 관람해야지.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이탈리아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관람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