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V07: 조용한 집이 좋다.

평화롭다.

 

스톡홀름은 겨울이 가기 전 마지막 추위를 지나고 있다.

 

쌓인 눈, 내리는 눈을 헤치고 아침 일찍 크로스핏 수업을 듣고 남편과 둘이서 다정히 럭셔리한 브런치 뷔페를 맛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세탁기 속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조용하게 글을 쓰는 이 시간은 평화롭다.

 

이 평화로움이 너무나 소중하다.

 

우리의 삶은 이대로 완벽하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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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데이. 집에 도착하니 화병에 꽂혀 있는 장미 한 다발과 사랑을 가득 담은 손편지.

 

 
 

 

 

언제나 조심스레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찍는 클핏 박스 사진. 박스에선 무조건 스웨덴어로만 말하고 있는데 역시 팟캐스트를 많이 듣고, 스웨덴어로 된 책을 다시 매일 읽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언어 실력이 돌아오고 또 향상되고 있다. 사실 몇 주 전엔 너무 좌절스러워서 남편에게 짜증을 내면서, 울면서 언어가 늘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세 언어를 넘나들며 인풋 아웃풋을 하니 버벅거리기 일쑤. 잠깐의 짜증 폭풍이 몰아친 이후로 다시 한 번 실력이 크게 늘었고, 약 한 달 뒤 시작될 새로운 komvux 코스를 기다리고 있다. 2017년의 나, 그리고 2009년의 나, 2014년의 나.. 말 그대로 세계를 누비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만큼 꽤나 멋들어지게 살아왔다. 그런 내가 정말 자랑스럽고, 나는 그런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한다 ❤️ 멋진 나. 칭찬해, 최고야!

 

 

 

 

 

 

오피스에서 일하는 날에는 그만의 루틴이 있다. 도착하자마자 언제나 같은 화장실에서 착장 사진을 찍고, 일을 하다가.. 팀원들이 별다른 말이 없으면 (신이 나서) 혼자서 이른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향한다. 내 맘에 드는 메뉴가 서너개 있는데, 돌려막기를 한다. 팟타이, 야키니쿠, 만두, 그리고 팔라펠 볼. 이렇게 네 메뉴를 각각 다른 식당에서 돌려가며 먹은 이후 최소 15분, 길게는 40분 정도를 밖에서 혼자 산책을 한다. 한동안 공사 중이었던 회사 바로 아랫층에 있는 hornstull 도서관이 얼마 전 다시 개장을 해서 이제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책을 둘러볼 수도 있다! 혼자 산책을 마치고 나면 회사로 돌아와서 책상 높이를 조정해서 일어서서 30분 정도 일을 한다. 보통 25분에서 한 시간 사이사이 스트레칭도 해주고 숨도 크게 쉰다. ^^ 내가 건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은 루틴들.

 

 

 

이번주에는 클핏 박스에서 코치와 쿼터마다 하는 상담을 했다. 미리 준비해가서 스웨덴어로 평소보다도 더 만족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내가 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만족스러웠던 것들 중 하나는 식단. 마크로 카운팅은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최근엔 좀 느슨해졌지만) 꾸준히 해가면서 식단을 적당하게 관리하고 있고, 집에서도 마음에 드는 건강한 메뉴 몇 가지를 몇 주에 걸쳐서 돌려막기 하며 요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먹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과감하게 먹기도 한다. 특히 셈라는 참을 수 없어. 사진은 없지만 이 셈라 말고도 크로아상 셈라 하나를 더 먹었다, 이번주엔. 갑자기 하리보 젤리가 먹고 싶어서 남편을 시켜서 사오게 했고, 왕창 먹고 남은 건 클립을 꽂아서 서랍에 놔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거의 다 읽어간다. 그가 runner's blues에 대해서 적은 구간에 굉장히 많은 공감을 했다. 나는 다양한 운동을 1-2년 하다가 질려서 새로운 걸로 넘어가고 넘어가고 그러는 사람이기 때문에. 루틴을 중시하는 등의 생활 습관이나 사고 방식에서도 공감을 하며 안도감을 느꼈다. Irish 작가인 Maeve Binchy의 크리스마스 단편 소설도 읽고 있고, 미셸 오바마와 이사벨 아옌데의 책도 시작해서 조금 조금씩 돌려가며 읽고 있다. 스웨덴어로 꾸준히 하루 30분에서 1시간 씩 책을 읽으려고 하는 요즘이다.. 그러면서 또 알라딘 서점에서 해외 배송으로 한글로 된 책을 왕창 주문했다. 4월에 이집트에서 읽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돌아보니 지지난주다. 남편과 둘이서 클핏 수업 끝나고 베트남 음식을 먹으러 간 것이. 요즘 베트남 음식에 꽂혀서 여러 베트남 음식 맛집을 눈여겨 보고 있다. 건강한 음식이라 클핏 수업 후에 먹기도 딱 좋아 좋아.

 

 
 
 

지난주 일요일, 몇 년만에 Fotografiska에 다녀왔다. 목적은 1년 넘게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의 럭셔리한 브런치. 이제는 엄마가 된 친구와의 만남과 대화는 즐거웠지만 음식은 쏘쏘했고, 전시는 좋았다. 남편이 굉장히 브런치에 대해서 궁금해 했는데 둘이서 갈 가치는 없다고 잘라서 말해줬다.

 

 
 
 
 

미리 공부를 하고 갔다.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어떤 테마로 전시가 되는지 큰 그림을 훑고 갔더니 더 많이 보였다. 기대한 것보다 더 좋았던 전시는 우주 테마. 한 공간을 우주선 속의 집처럼 꾸며놨는데 너무 cosy해서 혼자서 한참을 쇼파에 앉아 우주를 떠다니는 우주선 속에 내 집이 있는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침 일찍 문 열자마자 들어갔더니 사람이 적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브런치를 먹고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일찍 가기를 잘했어. 그리고 스톡홀름도 나한테는 때때로 너무 사람이 많고 붐벼.

 

 
 

 

 

나는 faulty products가 배송되도.. 환불 받고 리턴하는 게 귀찮아서.. 안 한다. 리턴하고 환불을 받고 기다리는 데 소비하는 감정과 시간이 아깝달까. 이번에 배송된 나스 리퀴드 블러셔의 속 브러시가 댕강 부러져서 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뭐 어쩌겠나.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 비오템과 Buxom lip polish (나와 같은 이름의 나탈리!)가 두 배로 만족스러웠으니 됐다. 퉁 쳐야지 😊

 

 

 

내후년에는 조금 더 exotic한 곳으로 여행을 가련다. 남편과 모로코 마라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