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형의 집 - 희망 고문, 뼈 아픈 현실 자각 그 이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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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ial. 영혼이 알고 있는 것을 마음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

 

우리는 직감적으로 어떤 상황이 우리에게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마음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짓 스토리를 꾸며낸다. 

 

어딘가 아닌 것 같지만,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스스로에게 괜찮아, 괜찮아 하며 사건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때까지 외면하며 기다리곤 한다. 익숙한 것을 안전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노라의 이야기를 내 삶에 더 넓은 관점으로 적용해 봤을 때, 나는 내 현실이 산산이 무너졌던 경험을 떠올렸다.

 

내가 믿고 있던 것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점점 내가 믿고 있던 스토리에 균열이 생기면서 끝끝내 모든 것은 와장창 무너지고.. 깊숙이 눌러왔고 외면했던 감정들이 홍수처럼 나를 휩쓸고 지나간 이후에야.. 그제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노라가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대한 경험을 서술한 것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경험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언제나 내 어린 시절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다들 그렇게 살았고 그래서 괜찮다며 스스로에게 거짓 스토리를 꾸며 냈다. 내 마음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임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내 스토리에 균열이 생긴 순간은 심리 상담실에서였다.

 

"Where were your parents?"

 

내가 어렸을 때, 내 부모가 곁에 없었다고 이야기 했고, 나는 그게 세 살 어린 아이에게 얼마나 정서적으로 트라우마를 주는 사건인지 그 질문을 듣고서야 이해했다. 그렇게 심리학 책을 읽었음에도.. 나 자신이 트라우마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정하면.. 눌러왔던 모든 감정들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을 알았기에 그랬겠지.

 

타인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관찰하고 경험하며, 그것을 내 과거의 경험과 비교하며.. 내 어린 시절의 꾸며낸 이야기는 균열에 균열을 거듭하며 결국 와장창 산산조각이 났다.

엄청난 슬픔, 두려움, 분노, 좌절감, 죄책감 등.. 아주아주 어린 시절부터 꾹꾹 억눌렀던 감정들이 하나하나 터져나왔다.

 

나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준 남편과 다양한 테라피스트, 심리 상담가들의 도움으로.. 몇 년에 걸쳐 크고 굵은 감정들은 하나하나 느껴주고 수용해줬다. 

 

노라가 진정으로 자신을 원하는 것을 알아가고 찾아가는 과정을 읽으니.. 그런 과정을 겪은 내가 오버랩 되더라.

 

노르웨이인 작가가 쓴 책이라 심리적 친근감을 가지고 읽었으며, 작가가 남자였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헬메르는 개인이 아니라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인물인데.. 아직도 그런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한다. 여성 인권이 다른 많은 나라들에 비해서 훨씬 나은 스웨덴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러고보니 내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자유를 위해서 중요한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교육과 경제력. 무조건이다. 교육과 경제력! 무조건 여성으로서 갖춰야 할 자유의 기본. 

 

오랜만에 이렇게 책에 꼼꼼히 메모도 해 가며 읽으니 다시 학생 시절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아서 그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안녕, 노라. 진정한 자유를 찾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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