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V35: 감기에 걸렸다.

행복한 나탈리 2024. 8. 30. 14:35

여름과 가을 사이, 일교차가 큰 날들이 계속되면서 며칠동안 열이 났다가 추웠다가 반복하더니 결국 감기 아닌 감기에 걸렸다. 내가 하는 일은 매일 체크인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차피 완전히 쉴 수는 없어서 어제 오늘 이틀동안 반만 일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이번에도 또 나를 걱정시킨 것은 돈이었다. 하루 아파서 결근하면 월급 적게 받을텐데 어쩌지? 아깝게 돈 내놓고 크로스핏 못 가면 손핸데.. 아플 기미가 보일라치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참.. 다음번 상담할 때 이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머리를 자르러 가는 것도, 네일을 받으러 가는 것도.. 여러 번이나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했다 오늘 결국 다녀왔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뭔가 돈을 쓰고 나서 느낄 감정을 미리 예상해보게 된다. 이걸로 인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해질까.

돈을 쓰는 그 순간은 좋은데 돈을 쓰고 나서 허무했던 경험이 자꾸 누적이 되다보니 망설여진달까. 네일을 받을 때 항상 그렇다. 머리를 자를 때도. 내가 원하는 상상 속의 결과물이 있는데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굉장히 실망하게 되서 돈을 쓴 걸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구박한다. 왜 이런 데 돈을 썼냐 생각하면서, 차라리 아껴서 더 큰 만족감을 주는 데 쓰지 그랬냐 생각한다.

물론 이제는 그런 나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돈돈돈 하면서 돈 때문에 맨날 다투던 부모와 가족을 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니까. 내 잘못이 전혀 아니니까.

일에 대한 환상에서도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뭔가 엄청나고 대단한 걸 이루겠다고 언제나 생각했었는데 그게 얼마나 불필요한 스트레스 요소였으며 허황된 욕심이었는지 차츰씩 깨닫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만큼 조금씩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해나가기. 꾸준히 하기. 그리고 내가 가진 능력을 돈과 교환하는 것으로 감사하고 만족하는 것. 붕 떠서 허황된 꿈을 꾸기보다 온전히 두 발을 땅에 딛고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렇게 천천히 시간이 지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내가 진심을 다해 하고 싶은 일, '원'이 생기지 않을까. 그러면 또 그때 가서 연구하면서 천천히 해나가면 된다. 걱정할 것도, 조바심 낼 것도 전혀 없다.

심리학 책을 읽고, 다시 마인들러 상담받고 법륜스님 행복학교를 하면서 제대로 관점이 잡혔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라고 과장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내 인생이 괴롭구나. 물론 과거에 비하면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나아졌고,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이지 너무나 자랑스럽다. 내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달았던 이번주.

스웨덴어와 함께 하는 아침 풍경. 오늘은 남편이 아픈 날 위해 크로아상 샌드위치랑 커피를 침실로 배달해줬다.